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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춘추 커버스토리 — 바이올리니스트 백은교
음악춘추 · 2025년 11월호 · 커버스토리

음악으로 배우고, 가르치고, 사랑하다

— 연주자이자 교육자, 그리고 엄마로서

바이올리니스트 백은교의 삶에는 연주와 가르침, 그리고 사랑이 함께 흐른다. 무대에서는 연주자로서 진심을 다해 소리를 만들고, 가르칠때는 스승으로서 제자들의 성장을 기다리며 배움의 기쁨을 나눈다. 가정에서는 아이들을 통하여 사랑과 안내를 배우며, 그녀만의 삶의 선율을 완성한다. 그에게 음악은 매일 자신을 성장시키는 삶의 언어이자 쉼 없는 여정이다. 연주자이자 교육자, 그리고 엄마로서 음악으로 삶을 채워온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바이올린의 매력

안녕하세요, 바이올리니스트 백은교입니다. 바이올린은 저에게 때로 고단하지만, 그 외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를 주는 악기입니다. 소프라노에서부터 베이스의 깊이까지, 수백 년 동안 사랑받아 온 그 스펙트럼을 넘나드는 일은 매일 새롭고, 또 섬세함을 요구합니다. '바이올린은 예민한 악기'라는 말을 저는 날마다 실감합니다. 보잉, 비브라토, 호흡 등의 아주 미세한 차이가 곧바로 소리의 결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바이올리니스트들은 종종 예민하다는 말을 듣지만, 저는 그 예민함 속에서의 섬세한 울림을 사랑합니다. 그 속에서 가장 매력적인 소리를 찾아내고, 관객과 마음을 나누는 순간이 제가 연주자로서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연주자에서 교육자로

앞만 보고 달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오직 열정과 도전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연주자로서의 기쁨만큼이나 제자들의 성장을 통해서도 큰 보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이 던지는 질문 하나하나가 저를 다시 서게 하고, "왜 이렇게 해야 하나요?"라는 물음에 함께 고민하며 자신도 끊임없이 공부하게 됩니다. 가르침은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지식과 마음을 나누며 그 안에서 역시 배우고 성장하는 시간입니다. 연주가 순간의 진심을 전하는 일이라면, 가르침은 그 순간을 만들어가는 긴 여정이죠.

기술보다 중요한 마음, 그리고 자신감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열심히 노력하고도 무대 위에서의 긴장 때문에 자신감을 잃고 자신의 기량을 다 보여주지 못하는 아이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저도 한때는 그런 시절이 있었지만, 자신감을 잃는다면 너무나 큰 것을 잃는 것입니다. 열심히 노력하여 당당하고 멋지게, 제자들이 저보다 더 멋진 연주를 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기다림으로 완성되는 교육

저는 두 딸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육아를 하면서 배운 그 인내와 기다림이 자연스럽게 수업에도 스며 들었습니다. 때로는 단 한마디의 조언이 길을 열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아무 말 없이 함께 있어 주는 것이 더 큰 힘이 되기도 합니다. 학생들이 자신만의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옆에서 호흡을 맞추는 것 그것이 저의 교육 방법입니다.

제자들과의 무대

얼마 전에는 오랜 제자들과 함께 무대에 섰습니다. 학창 시절 경쟁과 불안 속에서 연습하던 그 아이들이 어느새 선생님이 되고 연주자가 되어 연주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했고, 가르침의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처럼 말로 다 표현되지 않는 감정들을 음악을 통해 경험하고 표현할 수 있기에 저에게 음악은 삶 그 자체입니다.

레슨 중인 백은교
사진 제공: 음악춘추

미국 유학 시절의 이야기

줄리어드 석사 과정에서 지도받았던 카와사키 교수님의 가르침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바쁜 일정 중에도 레슨 때마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연주를 진심으로 즐기며 들어주셨습니다. 학생이 아니라 음악가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죠. 교수님의 사랑과 열정, 인격에 깊이 감동했고, 매번 레슨을 준비할 때마다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도 그때의 따뜻한 한마디가 제 연주에 깊이 들어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과정에 있어서는 실내악에도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각 악기마다의 소리를 공유하며 함께 음악을 만들고 다른 악기에 귀 기울이던 그 시간들은 한국에서 바르게 앞만 보고 달리던 시절에는 알지 못했던 감동과 풍요로움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미국은 각 도시마다 오케스트라가 활발히 활동하고 클래식 애호가도 많아서, 줄리어드 졸업 연주회 때는 연주자 가족에게 단 두 장의 티켓만 배정될 정도였습니다. 혹시 모를 취소표를 구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처럼 줄리어드와 인디애나대학의 아름다운 캠퍼스에서 보낸 유학 시절은 제 음악 세계를 한층 넓혀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콩쿠르에 관한 생각

콩쿠르를 단순한 목표가 아니라 성장의 발판으로 바라본다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주어진 기간 내에 집중적인 연습과 훈련을 통해 실력 향상은 물론, 다른 연주자의 연주를 보고 들으며 배우게 되고, 좋은 결과를 얻었을 때의 성취감은 물론 부족함을 깨닫는 계기도 됩니다. 저는 제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콩쿠르에 도전해 보도록 격려합니다.

연주 활동

솔로, 실내악, 오케스트라가 모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즘은 훌륭한 음악가들과 함께 실내악 연주를 하며 음악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다양한 악기의 어우러짐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가까운 일정으로는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제13회 대한민국예술원 음악회에서 장혜원 선생님과 함께 리움 현악사중주 멤버로 무대에 오를 예정입니다. <콘체르티노 프로젝트>는 민요나 동요, 세계적인 명곡 등을 주제로, 전문 피아니스트부터 어린이·아마추어 연주자까지 누구나 쉽고 즐겁게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으며, 현악기나 관악기 등 다른 악기와의 앙상블 연주를 일상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공연입니다. 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운 적이 있는데, 체르니 교본을 배운 실력이라면 누구나 앙상블 형태의 피아노 소협주곡을 즐겁게 연주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찾아가는 연주회와 봉사활동을 자주 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베트남과 오스트리아에서도 연주를 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현악 앙상블 연주
사진 제공: 음악춘추

무대 준비 과정

예전에는 '틀리지 않는' 연주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음악 전체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그 안에서 제가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고 편하게 담아내려 합니다. 무대 위에서 청중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이제는 저만의 해석과 감정을 담은 연주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음악은 결국 '정답이 없는 소통의 예술'임을 느끼며, 각자의 감정과 해석이 다르기에 그 다양성이 음악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입시와 음악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어떻게 연주해야 여러 심사위원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자주 하게 됩니다. 심사위원마다 음악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학생들이 폭넓은 음악적 감각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자들에게 다양한 연주자들의 연주를 많이 들어보도록 권합니다. 같은 곡이라도 연주자마다 표현 방식이 다르고, 시대에 따라 음악의 느낌도 달라진다는 것을 스스로 느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만의 음색과 연주를 할 수 있습니다.

영향을 준 스승님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면, 각 시기마다 만난 모든 선생님들이 제게 큰 가르침을 주신 훌륭한 분들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서울대 대학시절 음악적 고민이 많던 그 시기에 만난 양고은 교수님은 음악뿐 아니라 제 삶 전반에 가장 영향을 주신 분이십니다. 음악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많은 것을 이끌어 주셨고, 교수님의 건강성 넘치는 가르침은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저 또한 제자들에게 그 마음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백은교
사진 제공: 음악춘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연주는 진심을, 가르침은 겸손을, 육아는 사랑의 인내를 가르쳐줬습니다. 때로는 세 가지 역할이 한꺼번에 제 어깨를 무겁게 하지만, 그 긴장감 속에서 저의 음악은 더 깊어집니다. 연주는 자신과의 싸움이라면, 가르침은 그 싸움을 함께 나누는 일입니다.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며 그들이 자신의 소리에 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저의 역할이며 모든 시간이 쌓여 결국 아름다운 음악을 이루고 제 인생을 완성해 간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저는 진심으로 연주하고, 기다림으로 가르치며, 사랑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